독일에서 지낼 때 일을 시작한지 한 일 년이 지났을 무렵 휴가때만 다가오면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인터넷 어디선가 일에 대한 긴장도가 높은 사람들이 휴가가 생기면 그때부터 긴장이 풀려 몸이 아프다는 글을 보고 딱 나네 싶었다.

비시가 속한 그룹이 아침 일찍 떠나고 난 그 날, 아침에 두 다이빙을 꾸역꾸역 마치고 점심을 먹고나서부터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근육통이 왔다. 이 더운 날씨에 추워서 선풍기를 틀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틀을 꼬박 앓았고 오늘에서야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고 몇 걸음밖에 안되는 라운지로 가 끼니를 챙겨먹었다.

여기 있는 로컬 다이브 마스터/인스트럭터들도 인도네시안 다이버들이라면 고개를 내젓는다. 마침 레스큐코스가 끝나고 바로 다음 날 인도네시안 그룹 다이빙에 어시스트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 그룹 중에서도 여성 다이버 두 명과 함께 다이빙하게 되었는데 첫 다이빙부터 이렇게 정신 없는 다이빙은 처음이였다. 물 속에서 시끄러울 수 있는 건 처음 알았다. 그렇게 쉽지 않은 첫 다이빙을 마치고 두 번째 다이빙 때 사단이 났다. 첫 다이빙부터 중성부력을 잘 못 맞추던 비시가 어느 순간 내 머리 위에서 나를 몇 번 더듬더니 곧이어 내 손을 잡았다. 내가 괜찮냐고 묻는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그녀는 아무 사인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니 하얗게 질려있었다. 레스큐 코스때 말로만 듣던 패닉다이버의 전형적인 얼굴이였다. 그 몇 초 사이에 나는 비시와 함께 서서히 상승했고 내 눈 아래로 저 멀리 푸딘이 보이는 순간 아 비시가 중성부력때문에 패닉이 왔구나, 우리 둘 다 상승하고 있구나를 깨닫고 그녀의 BCD에서 공기를 빼려고 배운 방법은 다 써보았으나 이상하게 우린 자꾸만 상승했다… 그녀를 놓아준 뒤에 내 부력을 조절하고 난 뒤 다시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는 찰나.. 그녀는 이미 수면 위로 완전히 상승한 뒤였다. 우리 그룹은 즉시 다이빙을 중단하고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 와중에 세이프티 스탑을 지키고 천천히 올라오는데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나중에 듣고보니 비시는 BCD를 deflate해야되는데 대신에 inflate를 해버린 것이였다. 나는 처음 겪는 상황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레스큐 코스를 듣지 않았다면 나 역시 같이 패닉해 비시와 함께 상승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도움이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몰려왔다. 후에 나의 레스큐 인스트럭터였던 부디가 내가 잘 대처했다는 이야기를 해준 뒤에야 그 죄책감과 부채감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도 비시는 크게 개의치 않은 듯 남은 다이빙을 이어갔고 그 모습을 본 나는 나의 충격이 유난인가 싶어 나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 그 뒤로도 한 차례 더 그들의 다이빙 그룹에 한 차례 참여했다.

부담감이 컸던 레스큐 코스와 그 사건 이후에 하루 이틀을 나도 모르게 긴장과 스트레스로 보내고 그들이 이른 아침 떠나고 나서야 그리고 계속 거슬리게 부어있던 오른쪽 귀에 마침 생리까지 겹쳐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긴장이 풀린 나는 그저 넉다운해버린 것이였다.

가장 피곤하고 힘들었던, 심지어 트라우마가 될 뻔한 다이빙이였으나 모든 일에는 얻는 것이 있다더니 그 뒤로 중성부력을 조절하지 못하고 상승하는 다이버들을 봐도 이제 덜 무섭고 차분히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아프고 나서 69시간만에 한 다이빙에서는 마치 내가 다시 물 속으로 돌아온 걸 환영한다는 듯이 물고기떼들이 내 곁에 머물렀다. 괜찮아, 모든 것이 치유되는 느낌이였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