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은커녕 물에 들어가지 못한 지 4일째다.

지난주에 말썽이었던 왼쪽 귀가 완전히 성이 났다. 나잇 다이빙까지 하루에 네 번 물에 들어갔다가 나온 다음 날,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바람에 파도가 넘실거렸다.
아폴로에 도착해 발을 바다에 담그니 물이 따뜻했다. 보트 캡틴인 우푸는 물이 따뜻하면 시야가 좋지 않다는 신호라고 말해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야도 좋지 않고 센 조류에 어려운 첫 다이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류에 몸을 맡긴 순간순간들이 평온했다. 두 번째 다이빙이 끝나고 뭍에 올라오니 왼쪽 턱이 뻐근했다. 오후에는 쉬고 싶었는데 람람이 가이딩하는 그룹 어시스트가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오후에도 다이빙을 갔다. 오후 다이빙 포인트인 블랙 포레스트는 나에게 명상의 장소와 같다. 그곳에만 가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온해진다.

그 날 저녁부터 왼쪽 귀와 턱관절 부근이 욱씬거리더니 다음 날 일어났더니 입이 잘 안 벌려졌다. 음식을 씹는 게 힘들었다. 처음엔 레귤레이터를 너무 쎄게 물어서 턱관절이 피곤해졌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귀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이었다. 귀 주변과 입구 쪽이 잔뜩 부어 아팠다. 하루이틀이면 괜찮아지던 저번 날들과는 달리 귀가 아파 한밤중에 잠에서 깨는 날들이 이어졌다. 작은 병원조차 없는 이 섬에서 챗지피티와 네이버에 물어가며 셀프 진단을 내린 병명은 외이도염이다. 이부프로펜과 액체 항생제인 이어드롭 역시 셀프 처방전이다. 다행히 부기와 통증은 천천히 낫고 있다.

초반엔 같은 장소에서 같이 다이빙해도 나만 물벼룩에게 물리고 젤리피쉬에 쏘였다. 그 덕에 내 종아리와 팔은 상처로 가득했다. 이제 민감한 피부가 물에 적응하니 귀가 말썽이었다. 어느 날 푸딘이 귀가 아프다는 나에게 민감한 귀를 가졌으면 매 다이빙 끝나고 나서 귀를 따뜻한 물로 씻어주라고 조언해 줬다. 귀찮음에 모든 다이빙이 끝나고 샤워할 때만 귀를 씻어줬다. 이 때문일까? 아니면 하강, 상승이 가팔랐던 두 번째 다이빙 때문일까? 이러나저러나 다이빙하기엔 너무 민감한 몸뚱어리를 가졌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건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일이기에 탈이 나는 건, 적응 기간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옥트안의 피부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다. 귀가 조금 피곤할 뿐 나처럼 성 난 귀 때문에 다이빙을 쉬는 일은 여태껏 없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조금 억울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억울함 뿐이겠으랴.
이미 레스큐도 끝내고 70로그로 DMT를 시작한 그는 나보다 다이빙도 잘하고 (다이빙에 잘 하는 게 뭐가 있는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웃기다. 다이빙은 그저 차분히 물속에 머물다 오면 되는 게 전부인데. 그래, 능숙하다고 말을 바꿔보자) 능숙하고, 나처럼 여기저기가 아파 다이빙을 쉴 일도 없으니 여기 와서 나보다 훨씬 다이빙도 많이 했다.(많이 해봤자 20-30 로그 차이일 뿐이다..) 물 밖에서는 독일어에 프랑스어에, 인도네시아어까지 하니 모든 사람과 쉽게 어울리고 게다가 성격까지 서글서글하고 좋다. 짜증 난다. 같이 오픈워터 코스에 어시스트로 참여한 날, 인스트럭터 운이 옥트안에게만 스킬 실습 기회를 주었을 때는 내가 아직 모자란 기분이 들어 눈물이 났다.
살면서 이토록 누군가에게 질투심, 자격지심, 열등감을 느꼈던 적이 있던가? 생소한 감정임은 분명하다.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못난 모습을 보였던 이들에게 야박한 눈초리를 주었던 과거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들 역시 그저 그 일을 너무 좋아했고 잘하고 싶었던 것뿐 아닐까?

물속에서 가만히 숨만 쉬고 있는 순간이 너무 편했던 날들은 다이빙 없는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자꾸만 묻게 된다.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나날들이 이어지던 무렵, 이렇게 다이빙을 쉬어보니 그래도 살아지겠거니 싶다. 그렇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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